10월 9일 - 일본 여행을 다녀오다
일본 여행의 서막
난 5년 전 친구들과 떠났던 태국 여행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때와 같은 멤버로 떠나게 된 일본 여행. 많은것이 변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우리는 이제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개발자가 되었고, 소주 한병이 아쉬웠던 얇은 지갑은 이제 적어도 여행에서만큼은 가격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두꺼워졌다.
그러나 그때와 같은점이 있다면,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와 열정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직장인이고, 때론 무거운 책임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확실히 더 우리는 바빠졌고, 앞으로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짧은 여행 동안에는 그 모든 것을 잠시 잊고, 그저 즐길 예정이다.
일본 여행의 회상
별다른 준비나 공부 없이 무작정 들이받은 여행이었음에도 우리는 상당히 밀도있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누가 여행하더라도 우리처럼 보낼 수 있었을까 싶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린 하루에 5~7끼를 먹으며, 깨어있는 시간 내내 취해있었고, 먹고 즐기기 위해 매일 하루 2만보를 걸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늦은 새벽까지 그날의 하루를 되새기다 지쳐 잠들었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친구가 의사소통의 역할을 수행했고, 또다른 친구는 탁월한 센스로 우리의 다음 행선지를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나? 그냥 두 친구를 믿고 잘 따라다녔다.
그렇게 흘러간 일주일은 마치 잘 짜여진 소설처럼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 3개를 뽑자면 아래와 같다.
1. 동네술집 : 명품 가라아게
가라아게가 맛있어봐야 그저 닭튀김일테지만 이곳에서 먹은 가라아게는 충격적으로 느껴질만큼 만족스러웠다. 거기에 믿을 수 없이 저렴한 금액.
퇴근 후에 집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이러한 가라아게를 찾아 그날의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는 일본인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2. 숙소에서의 맥주
우린 매일 밤, 숙소에서 술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본에서 이색적인 음식과 맥주로 아무런 걱정과 고민 없이 목구멍에 술을 때려박는 경험은 너무나 즐거웠다. 내가 훗날 이 여행을 그리워한다면, 여행에서 즐겼던 다양한 일본의 술집과 요리 뿐만 아니라 여행 내내 숙소에서 마셨던 시원한 맥주와 그때의 평온하고 자유로웠던 분위기를 그리워 하게 될 것 같다.
3. 프리토킹 이자카야
우린 프리토킹 이자카야에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는데, 언어에 능통했던 친구의 활약으로 현지인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일본에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언어의 문제로 일방적인 소통만 하게되는데, 우린 친구의 활약으로 짧지만 현지인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지막에 ‘일본을 좋아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은 살짝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일본 여행, 교차점
이번 일본 여행은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아마도 마지막 긴 여행이었을 것이다. 곧, 우리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가 버리게 될 테니까.
이제 친구들의 어깨에는 '가족'이라는 꽃이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꽃의 무게는 조금씩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겠지만, 동시에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보물이 될 것이다.
반면 난 그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분명 나는 이 길의 시작점에 서있음에도 내가 선택한 길이 두렵고 숨막힌다.
예전에는 그저 웃어넘기던 여러 말들이 이젠 비수로 꽂히는 느낌이고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삶이 때론 힘들지만 가끔은 즐겁고, 때론 감동적이며, 내게는 창조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의미가 남다르다. 친구들과 나의 삶이 지금까지는 어느정도 비슷한 방향이었지만,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불확실한 내 다음 여정이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경험과 가능성이 기대되기도 한다.
친구들이 그들의 길에서 행복과 성공을 찾기를 기원하며 언젠가 우리의 길이 서로 교차되길 기대해본다.
다시, 일상으로
그리고 지금. 여행에서 돌아온지 2일째이고, 내일은 2주일만에 다시 출근이다. 이제 일상의 쳇바퀴로 돌아갈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매일매일이 여행일수는 없으니까. 2주만에 돌아간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일이 엄청나게 쌓여있겠지?
후 이제 다시 갓생의 삶으로 돌아갈때다. 매일매일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자.
그리고, 여행 5일동안 돼지같이 먹어된 탓에 살찐 내 몸에게 사과하며, 내일부터 또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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