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아마이젠 하우펜 아카이브 - 비밀의 동물 기록을 읽다.
어린시절 추억의 책
어릴 적,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 라는 책을 정말 인상 깊게 읽었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설정들—
"여섯 다리가 달린 뱀",
"날개 달린 원숭이",
"머리는 하나인데 몸은 두 개인 동물" 같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이 책은 놀랍도록 사실적인 사진과 조작된 연구 자료, 동화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런 신기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Joan Fontcuberta라는 예술가가 사진 매체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행위 예술의 일환이라는 것이었다.
이 점이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책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였고, 일부 학교에서는 필수 도서 목록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이 책의 사진들은 지금 봐도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많은 초등학생이 속아 넘어갔다.
20년 뒤, 다시 만나게 된 그 책
몇십 년이 흐르고, 어느새 나도 이 책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 밈을 보게 됐다.
“아니, 독침이랑 부리 달린 너구리는 있는데 왜 유니콘은 없냐”는 내용이었다.
밈을 보고 나서 나무위키를 검색하다가 '신비동물학', '가상생물학'을 거쳐 결국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까지 도달하게 되었고, 다시 한번 그 책이 생각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몇십 년 전 그 책은 절판되었지만 올해 4월, 그 책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볼 수 있는 책이 출판되었더라. 제목은 피터 아마이젠 하우펜 아카이브 - 비밀의 동물 기록 (Fauna)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릴 적의 그 충격과 설렘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물론 이번에는 그때만큼 감명 깊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순수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되살려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릴 적에는 아무 의심 없이 책 속 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현실의 눈으로 책을 보며 예술의 또 다른 면모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러한 가상 생물 이야기가 단순히 허구적 재미에 그치지 않고 매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Joan Fontcuberta가 의도한 메시지를 이해하게 된 것도 의미 있었다. 책이 그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쉬움도 남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책이 어릴 적 순수한 추억과 더불어 새로운 인식과 감상을 남겨 준 것 같아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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