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을 읽다
책을 읽게 된 계기
프레드릭 배크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책이 워낙 두꺼워서 계속 망설였다. 계속 미루다 통섭으로 인해 소설의 쓱쓱 읽히는 그 감각이 그리워진 이 시점에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
하키에 미쳐있는 베어타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베어타운은 하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심심하고 조용한, 그리고 망해가는 마을이다.
베어타운의 온 마을 사람들은 하키에 미쳐있지만 우습게도 하키팀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베어타운에도 희망이 있다.
베어타운의 청소년팀은 전국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간 최강의 팀인 것.
마을 사람들은 청소년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로인해 하키에 대한 투자, 몰려드는 사람들, 활기넘치는 마을을 꿈꾼다.
케빈
그리고 그 꿈을 이뤄줄 하키천재, 케빈이 있다
그는 하키팀의 에이스이자, 금수저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과 주변의 높은 기대에 점차 비뚤어지고 있다.
그는 결승 진출 파티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야와 밤을 같이 보내려다 그녀가 저항하자 강간한다.
케빈이 특별히 그 순간에 악한 마음을 먹거나 악인이어서가 아니다.
베어타운에서 천재이자, 금수저로, 하키에만 빠져살면서 윤리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완전하게 그의 탓이다.
일이 커지고 하키에 미쳐있는 주변 사람들의 비호 아래 그는 거짓말을 한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모든 마을 사람들은 그의 편이다.
그러나 그의 유일한 이해자, 유일한 친구인 벤이는 케빈의 거짓말을 알고있다.
그는 거짓말의 댓가로 유일한 친구를 잃는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그는 자유가 되지만
끝내 자신이 강간한 소녀에 대한 트라우마로 마음에 커다란 흉터는 남는다.
마야
그녀는 평범한 소녀다.
아버지 페테르가 하키단장이지만 그건 소녀에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녀는 기타를 좋아하고 가족을 사랑한다.
그리고 소녀는 케빈을 짝사랑한다.
그러나 케빈에게 성폭행 당하고 소녀의 인생은 변한다.
그녀는 한순간에 사람들의 입 위에서 케빈에게 애정을 거부당해 일을 크게 벌린 걸레꽃뱀이 되기도 하고
단장직을 연임하려는 아버지가 이용하는 도구가 되기도한다.
어느 한 순간에도 그녀는 피해자이지 못했다
온 마을 사람들은 하키팀의 우승 실패를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탓으로 돌린다.
몇몇 양심있는 사람들이 그녀의 편이 되기도 하지만,
온 마을 사람들과 그들을 합친것보다 강한 케빈의 아버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녀는 노력했지만 결국 케빈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는 것을,
베어타운의 하키팀을 통째로 옆마을로 가져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려는 케빈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목숨을 끊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이야기의 맨 처음 장면에서 발사된 그녀의 산탄총은, 케빈을 향한것이었다.
그러나 극 후반부에 밝혀진 것은, 그것이 장전되지 않은 산탄총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비록 무릎꿇은 그에게 총을 쏘지는 못했지만, 그의 가슴 깊숙히 트라우마를 심어준다.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그녀의 마을, 베어타운에 남는다.
그리고 훗날 뮤지션으로 성공하여 우연히 마주친 케빈에게 다시한번 트라우마를 심어주며
마음의 상처를 어느정도 극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벤이
그는 하키천재 케빈의 절친한 친구이자 파트너, 어른들에게는 문제아, 아이들에게는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다.
하키팀에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2인자이다.
아버지 없이 누나들과 엄마와 살기때문일까 그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감성을 지녔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친구 케빈의 강간을 눈치챘지만 그의 거짓말을 보고 그와 절교한다.
그에게는 그의 가족과 공유하는 비밀이 있다.
그는 동성애자이다.
우연히 마을에 들린 베이스 연주자와 사랑을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베이스 연주자가 떠나면서 끝이난다.
벤이는 베이스 연주자 대신 마을에 남는것을 선택한다.
훗날 벤이가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하키선수가 되지만 그들은 다시 재회하지 못한다.
아맛
그는 가난한 마을 베어타운에서도 빈민촌인 할로에서 사는 소년이다.
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유소년팀 하키선수이고, 마야를 짝사랑한다.
그는 우연히 마야가 케빈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보게된다.
그가 침묵하는 댓가로 받을 수 있는 것들은 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그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녀가 이를 원하지 않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그는 소신을 따르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받지만 끝내 베어타운에 남는다.
그리고 그가 침묵하지 않는 댓가로 어느 소녀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게된다.
좋았던것
- 등장인물
베어타운에서는 책의 분량치고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작품에 섞이지 않는 등장인물은 없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었고, 납득가게 행동했다. - 배크만 특유의 킬링파트
오베라는 남자, 불안한 사람들을 읽을때도 느꼈지만 배크만의 작품에는 가슴을 찌르는 킬링파트가 항상 있다.
예를들면케빈은 이제 열일곱살이고, 다비드는 청소년팀 코치고 내년에는 두 사람 모두 A팀에 합류할 것이다. 페테르와 함께 미래의 성스러운 삼인방을 구축할 것이다.
수네가 발굴한 인물들이 그에게 파멸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페테르가 그를 해고하면, 다비드가 그의 자리를 물려받고, 케빈은 그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만인에게 증명할 것이다.
곧 잘리게 될 하키코치 수네에 대한 표현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술집 주인 라모나가 하키단장 페테르에게 하는 말.
열 두 살때 아나가 스노모빌을 훔쳐서 밤새도록 마야를 태우고 다녔다. 마야는 한 번도 실토한 적이 없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때만큼 해방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자 아나는 인터넷에서 '철사로 스노모빌에 시동 거는 법'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변해버린 아나에 대한 마야의 회상장면
"너는 왜 하키 선수를 좋아하지 않아?" 케빈이 묻는다. "별로 똑똑하지가 않아서요" 마야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눈치다. "국부 보호대를 발견하고 칠십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헬멧을 발명했잖아요." 그녀가 말한다. "우리는 뭐가 더 중요한지 알거든."
케빈과 마야의 농담따먹기
다비드는 사랑하는 두 사람과 함께 침대에 누워서 그 두 사람 중 한 명이 다른 이의 이름을 지으려고 하는 걸 보며 웃고있다.
청소년팀 코치 다비드가 임신한 아내와 함께 침대에서 아이의 이름을 짓는 장면
연장전을 앞두고 휴식 시간에 세명이 구토를 한다. 다른 두 명은 쥐가 나서 경기장으로 잘 걸어 나가지도 못한다. 유니폼이 흠뻑 젖었고, 몸 속의 모든 세포가 기운을 다했다. 그래도 상대 팀을 마지막으로 무너뜨리려면 15분을 더 뛰어야 한다. 그들은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지만 결국 벤이는 제때 달려가지 못하고, 필리프는 처음으로 전담하던 선수를 놓치고 뤼트의 스틱은 못 미치고 아맛은 엎드리는 타이밍이 아주 조금 늦어서 슛을 막지 못한다.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 선수 전원이 빙판 위에 누워 있는 가운데 상대 팀 선수들은 그들 주변에서 춤을 추고 상대 팀의 부모와 친구들이 축하하러 달려든다
베어타운 하키팀의 결승전 패배 장면
누구에게나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는 수천 가지 소원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딱 하나로 바뀐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그 아이가 최대한 특별하게 자라주길 꿈꾸지만 병에 걸리면 모든게 평범해지길 바라는 것으로 갑자기 소원이 바뀐다.
마야가 성폭행당한 사실을 밝히기 전 날
등등등 진짜 쉴새없이 나옴.
나빴던것
결말이 아쉬웠다.
작품이 구리단게 아니라 결말이 찝찝하게 끝나서 아쉬웠다.
여운은 남았지만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랄까.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었지만 뭔가 마무리없이 끝난 느낌이었다.
추가로 생각한것
베어타운은 여러 장르가 녹아있는 책이다.
아맛과 아이스하키의 이야기는 가슴뛰는 스포츠 소년물이었고,
케빈과 마야의 이야기는 스릴러이자, 사회소설의 형식이었다.
페테르 가족의 이야기는 패밀리드라마의 느낌이고,
벤이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퀴어소설의 느낌을 주기도 했 다.
이러한 풍성한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 안에 다 집어넣고 제대로 완성한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작품 내적으로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 폐쇄적인 커뮤니티
베어타운이라는 깡촌에서 성폭행 사건은 매우 전형적인 닫힌 사회의 모습이다.
그녀는 단장과 변호사의 딸이며, 본인은 용기를 가졌고, 주변의 지원도 있었다.
그러나 패배했다.
닫힌 사회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무력함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베어타운에서 하키는 마을의 자부심과, 사람들과의 연대, 정체성이 모두 모여있다.
아이스하키가 작은 커뮤니티 내에서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곳에서 팀의 성공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이 가지는 기대감과 그 압박의 무게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 권력과 책임
베어타운의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권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들의 행동과 선택은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페테르는 단장의 위치에서 딸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인다.
케빈의 아버지가 재력과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여 마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딸과 주변인들을 괴롭히는것에 대조적이다.
또한 아맛은 일시적이지만, 유일한 목격자로서 어머니와 본인의 인생을 바꿀 기회와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진실을 밝히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행동하는지 천차만별이다.
페테르와 아맛처럼 행동하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존경받아 마땅하다. - 성장
주요 인물들은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페테르와 미라는 자식을 잃으며, 자식을 지키며,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아맛은 청소년 팀에 합류하기까지 인내를 배우고 마야의 일로 용기를 배웠다.
보보는 아맛과 함께하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올바른 길을 걷는법을 배운다.
다비드는 존경하는 수네코치의 곁을 떠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엿한 가장이 된다.
벤이는… 사랑을 배운다.
최종적인 내 생각
베어타운은 잘 만든 소설이다.
그냥 머리 비우고 봐도 흥미롭다.
닫힌 사회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괴롭지 않게 잘 표현했다.
또한,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내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소신을 가져야 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성범죄 피해자의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었다.
💡 별점 : ⭐️⭐️⭐️⭐️
5개 : 인생의 변화를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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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 평타는 치는 책
2개 : 아쉬운 책
1개 : 시간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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