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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를 읽다

개요

사랑의 생애를 완독하고 나서 뭔가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어렵고 슴슴한 책보다는 조금 트랜디하고 읽기 쉬운 책으로 힐링하고 싶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이하 칵러좀)는 제목만봐도 읽기 쉬운 트랜디한 책 같았다.
그래서 골랐다.
여러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칵러좀은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폭력적인 색채가 강했다.
전형적인 '미디어식 가스라이팅하는 남친'을 죽인다던가
좀비가 된 아빠 샷건으로 죽인다던가
시간여행으로 과거에서 아빠를 죽이려 한다던가
(2번째 에피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인간이 자연에게 행하는 폭력을 보여주는 느낌)
뭐 이는 작가의 취향이자 의도라 생각된다.
각각의 단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초대

가시가 목에 계속 걸리는 환통을 느끼는 여자가
남친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다가
남친의 과거 지인인 의문의 여인과 엮이고,
남친을 썰어버리는 내용이다.
의문의 여성의 정체가 모호해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흐릿했는데,
이는 작가가 의도한 장치로 보인다.
작가는 억압받던 여자가 남친을 죽임으로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솔직히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폭력적 여성 서사’의 전형 같아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다.

습지의 사랑

이 작품은 생태주의적 색채가 뚜렷하다.
"인간은 파괴자, 자연은 피해자"라는 전형적 구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결말은 의외로 신선했다.
단순한 파괴와 배드엔딩 대신 숲과 강이 하나가 되는 묘사를 통해, 자연의 관계 맺음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오랜 외로움 속에 무감각했던 강이 숲을 만나며 생기를 얻고,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는 모습은 사랑의 근원적 의미가 결국 ‘생명’임을 상기시켰다.

칵테일, 러브, 좀비

책의 제목이자 가장 기대했지만 아쉬웠던 단편이다.
내용은 좀비가 된 아빠를 사육하다가 결국 못참고 아빠를 죽이고,
아빠한테 감염된 딸은 어머니의 노력으로 치료받는다는 내용이다.
단편 내에서 아빠는 매우 가부장적이며, 어머니는 순종적이고, 가족의 구성원들은 비록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수입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라 그저 견딜뿐이다.
아마 대부분의 가정이 그럴 것이다
아버지는 가계를 무기로 집안을 휘어잡고, 어머니는 철저한 피해자, 딸은 방관자
그러나 아버지가 더이상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좀비가 되자,
어머니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어머니는 딸을 지켜냈다.
작가는 아마도 수동적인 여성이라도 변화와 성장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한 듯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불편함도 남았다. 비록 가부장적이었지만 가정을 지탱하던 아버지가 너무 손쉽게 소모품처럼 다뤄지는 느낌이었다.
가족의 슬픔이나 상실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감정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시간여행과 패러독스를 다루는 소설은 구조적 완성도가 중요하다
이 작품에서는 2가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좋았고,
타임리프를 통해 동일한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종합

칵러좀은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적 서사에 기반한 작품집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의 해방”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진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남성을 억압자로 세워놓고 단선적으로 여성의 해방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식상하게 느껴졌다.
은은한 여성 서사를 배경에 깔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김초엽 작가의 단편처럼.
많은 이들이 이 책과 조예은 작가를 극찬하는 만큼, 어쩌면 내가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소 협소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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