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를 보다
개요
오늘은 금요일.
내가 스스로 만든 문화의날이다.
주 4.5일 근무를 하면서 평일에는 대부분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며 보내기 때문에, 금요일만큼은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자는 의미로 정해 둔 날이다.
저번에 왕사남 개봉 직후 시간을 잘못 보는 찐빠로 인해 못봤던 부분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선택한 이유
왕과 사는 남자, 일명 왕사남은 박지훈이 단종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느낌 때문에 보고 싶어졌다. 단종이라면 실제로 저런 눈빛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강한 인상이 남았다.
영화를 보기 전 유튜브 후기와 리뷰, 예고편을 미리 찾아보았는데, 화면의 질감과 연출 톤에서 묘하게 체급이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다.
전반적인 평가도 나쁘지 않아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줄거리
극심한 가난 속에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귀양 온 인물을 정성껏 모시면 훗날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그렇게 어렵게 맞이한 인물은 바로 폐위된 왕 단종이었다. 결국 보답을 기대할 수 없는 상왕이었던 셈이다.
처음 단종은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하고 깊은 절망 속에 머물러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마음을 열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러나 단종이 호랑이를 물리쳐 마을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한명회가 마을을 탄압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단종은 반란의 마음을 먹는다.
결국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단종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을 이장은 비극적인 결말을 직접 마무리하며 영화가 끝난다.
느낀점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전개 속도도 빠른 편이다. 긴 호흡으로 감정을 축적하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강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영상미였다.
화면의 질감과 구도, 색감이 상당히 뛰어나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다만 이야기의 연결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예를 들어, 단종이 극도의 고통 속에 침묵하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환하게 어울리는 장면은 감정의 변화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또한 마을 이장이 특별한 계기 없이 단종을 위해 목숨을 걸 듯한 선택을 보이는 부분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반란이 진압되는 과정 또한 지나치게 급작스럽게 마무리되어 긴장감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영화의 속도감 자체는 장점이지만, 관객이 감정과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다소 빠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측면에서는 박지훈 배우가 주는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연기 말고)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투와 분위기조차도 인물의 고독함과 처지를 반영하는 요소처럼 보였다.
특히 무엄하다 뭐 이런식으로 소리지르는 부분에서는 뭔가 어색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지만, 완벽하지 않음에도 묘하게 단종이라는 인물의 분위기에는 잘 어울리는 연기였다.
이 작품을 보며 장항준 감독은 거대한 서사보다는 세밀한 디테일을 살리는 데 강점이 있는 연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분량이 조금 더 길거나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되었다면 인물의 감정선과 정치적 긴장,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더욱 섬세하게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걸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빠른 전개와 뛰어난 영상미 속에서 단종이라는 인물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가볍게 감상하기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였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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