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월든을 읽다
월든은 어려워
솔직히 월든은 요즘 시대에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내용이 장황하고, 현실감은 떨어지며, 문장도 결코 친절하지 않다.
억지로 끝까지 읽고 나서도 영 찝찝한 여운이 남았다.
"자연이 최고야."
"원주민은 미개해."
"자본주의는 악이야."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월든을 좋게 읽은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런 마음으로 도시인의 월든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월든에 감명받은 작가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 감상을 풀어낸 일종의 현대판 해석서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장장 8시간을 때려박았다.
책을 덮고 나니, 드디어 해냈다. 는 안도감과 함께 정리되지 않은 인사이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감상
작가는 월든이라는 책과 소로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단순히 월든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현대 사회 속에서 월든을 살아내고 있다.
극도로 절제된 목가적 삶 속에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
물론 나는 작가처럼 살 수도,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나는 매일 아침 GeekNews에서 트렌드를 모니터링하고, 동료들과 부대끼며 일한다.
퇴근 후에는 회사 일을 복기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척’하다가
하루 동안 쌓인 메모를 다시 Obsidian에 정리한다.
출퇴근길 독서와 퇴근 후 잠깐의 게임이 내 유일한 낙이다.
나름 바쁘게 살지만, 이 바닥엔 나보다 더한 독종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이 경쟁의 고리를 멈출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처럼 말하고 싶다.
내 삶을 동정하지 마. 나는 나름대로 행복하다.
사실, 이 삶을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그저, 내가 살고 싶은 방식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박혜윤 작가가 말했듯, 나의 결심이 늘 굳건한 것은 아니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가끔 흔들리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삶은 내가 선택한 삶이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는 ‘자기 삶의 진정한 저자가 되기 위한 이야기’들이 깊이 와닿았다.
인상깊은 문장들
**1.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에 반대하거나 저항하기보다, 그 속을 똑바로 마주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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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책이건 경험이건, 그 안에서 빠져나와 나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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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가 아니다. 그렇다고 A가 아닌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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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도 실패도 결국 내 통제 아래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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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크고 작은 믿음들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결론
이 책은 내게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넸다.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와 기준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위로였다.
누군가는 효율을, 누군가는 성장과 성취를 말할 때, 나는 문득 멈춰 서서 묻게 된다.
나는 정말로 나답게 살고 있는가?
박혜윤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건, 세상에 맞서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삶의 용기였다.
그녀는 자연 속에서 조용히 자기 자신을 되찾았다면, 나는 디지털과 도시의 소음 속에서 나만의 고요를 찾으려 한다.
어쩌면 그것이 도시인의 월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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